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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 프랑스 핵발전의 위기

탈핵신문
  • 입력 2022.08.14 08:49
  • 수정 2022.08.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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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중되는 에너지와 기후위기 속에서 프랑스는 핵발전 강국이라서 든든할까? 최근의 소식들은 프랑스의 핵발전소가 여러 난관에 처해 있으며, 구조적인 문제들이 더 많은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프랑스 핵발전소 위기의 원인과 전망을 요약한다.

 

파이프 부식 문제

 

프랑스는 유럽의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최대 전력을 생산해야 했을 때, 프랑스의 56개 원자로 중 절반이 가동을 멈추어야 했다. 지난 1월에 원자로 1기에서 안전에 필수적인 파이프의 부식 문제가 예기치 않게 발견되었고, 추가 조사 또는 수리를 위한 일련의 검사 때문에 지금까지 12기의 원자로가 가동을 멈췄다.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EDF의 발전 실적 (출처; 파이낸셜 타임즈)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EDF의 발전 실적 (출처; 파이낸셜 타임즈)

 

그런데 이 결함은 프랑스의 전체 핵발전소에 공통적인 것으로 보인다. 셧다운된 것은 가장 큰 원자로인 1.5GW4, 유사한 설계의 1.3GW5, 그리고 900MW3기다. 여기에 다른 18기에서 수리, 갱신 또는 정기적인 안전 점검을 위해 실시한 가동 중단까지 더해져서, 프랑스는 수십 년 사이에 가장 낮은 핵발전 생산량을 기록했다. 이러한 일상적인 가동 중단 중 일부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지연되었기 때문에, 이번 여름의 중단은 후속 조치 프로그램으로 추진된 것이었다.

프랑스 핵안전청(ASN) 대표인 베르나르 도로스쥐크는 의회 청문회에서 예기치 않은 스트레스 부식의 발견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한 원자로에서 부식이 발견되었고 다른 원자로에 대한 100개 이상의 용접부 검사를 통해 원자로가 안전하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수리될 때까지 오프라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작업을 완료하는 데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스트레스 부식이 노후화뿐 아니라 설계 결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신형 원자로의 설계상 결함 때문에 스트레스 부식이 발생했다는 것이며, 오히려 구형 원자로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상황은 전력의 70%(현재는 59%로 감소)를 핵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프랑스가 평소처럼 전력을 수출하지 않고 다른 유럽 국가로부터 전력을 수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국영 프랑스전력공사(EDF) 그룹은 최대 180억 유로(190억 달러)의 재정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미 430억 유로의 부채를 지고 있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전에 원자로 수리에 수십억 유로를 더 지출해야 하는 회사에게는 큰 타격이다. 프랑스전력공사 재정의 또 다른 부담은 정부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부과한 전력 요금 상한선에서 비롯된다. 이는 프랑스전력공사에 대규모 국가 개입이 필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1980년대부터 프랑스의 핵발전소를 유지 보수해 온 많은 기술 전문가들이 은퇴를 앞두고 있어, 노동자 고령화가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계속되는 폭염, 생산량 감축

 

또한 폭염으로 인해 프랑스 핵발전소의 생산량 감축이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연장되고 있다. 파리의 기온이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가운데, 프랑스전력공사는 론강 유역 2기의 발전소가 앞으로 더 적은 전력을 생산할 것이며, 가론느강의 온도 상승으로 인해 또 다른 발전소의 감축이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핵발전소의 폭염 영향을 보도하는 '로이터' 웹사이트
프랑스 핵발전소의 폭염 영향을 보도하는 '로이터' 웹사이트

 

규정에 따라 프랑스전력공사는 강의 온도가 특정 임계값에 도달하면 핵발전 가동을 줄이거나 중단해야 한다. 발전소를 냉각하는 데 사용된 물이 수로로 다시 유입될 때 물고기 서식 등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한은 이미 크게 상승한 전력 가격을 더 높게 밀어붙이고 다른 유럽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지역은 공급 문제로 인해 천연가스 비용이 급증하면서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프랑스전력공사는 폭염이 계속됨에 따라 두 강에 있는 여러 발전소의 생산량 감축을 연장할 것이지만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생산량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가오는 겨울, 영국도 걱정

 

프랑스의 핵발전이 겪고 있는 문제는 영국의 걱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겨울처럼 공급예비력 부족으로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프랑스 핵발전의 생산량이 급감하여 프랑스전력공사가 영국과 같은 그리드에서 공급량을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핵발전소들의 가동 중단과 공급 재개는 영국의 에너지 안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영국 에너지 장관은 최근의 회의에서 이번 겨울에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가정에 전기 사용량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고 가능한 전력을 줄일 것을 요청했다.

<가디언>83일 자 기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 위기를 촉발하고 유럽 국가들이 대체 공급유를 찾기 위해 분주해진 지금 프랑스전력공사가 높은 시장 가격으로 전기를 구매하고 있으며, 최근의 핵발전소 가동 중단이 에너지 가격을 더욱 상승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프랑스의 전력산업 전문가인 제롬 쥘레는 최근의 분석에서, 프랑스의 정치인과 대중이 자국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한 과거의 탁월한 기록이 계속될 것이라고 믿으면서 자신의 핵발전소에 안주해 왔다는 사실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 나라는 핵 이외의 어떤 해결책도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비판한다. 기존 핵발전소들이 위험할 정도로 노후되고 신뢰할 수 없다는 개념은 대체로 무시되고, 프랑스전력공사가 차세대 유럽형 가압경수로(EPR)를 완성할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는 사실은 일시적인 오류 또는 국가를 약화시키려는 외부인의 음모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특히 독일이 추진한 반핵 정책은 프랑스의 산업 기반을 의도적으로 약화시킨 것으로 인식된다. 반대되는 모든 증거에도 불구하고 재생가능에너지는 여전히 쓸모없는 그린워싱 광고나 방해 요소로 간주된다. 그로 인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 결과, 프랑스는 자체의 에너지 위기와 나머지 유럽 국가의 에너지 위기를 함께 악화시키고 있다.

박대련 통신원

탈핵신문 2022년 8월(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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