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가 240만 명이나 되는 유튜브 인기 채널 ‘디바제시카’에 7년 전 올라온 콘텐츠 ‘영원한 봉인지역 온칼로’는 조회수 116만 회를 기록했다. 고준위핵폐기물 문제와 핀란드에 지어지고 있는 영구처분장 이야기를 미스테리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가는 영상이었다. 아프리카 TV 영어교육 방송 BJ 출신의 유튜버 디바제시카가 나름대로 성실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핵발전과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는 일반 시청자들, 특히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객관적인 사실을 쉬우면서도 꼼꼼하게 설명하는 콘텐츠였다. 그러다 보니, 이 콘텐츠에
과학은 유용한 도구와 강력한 무기를 제공하지만 그것이 통제를 벗어나는 순간 위험이 되고 공포가 된다. 인공지능이 21세기의 무기이자 두려움이라면, 20세기의 무기이자 두려움은 바로 핵, 구체적으로는 핵분열 에너지였다. 그런데 그 20세기적 두려움은 종결된 것인가. 그렇지 않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는 21세기에 일어났다. 지금도 여전히 몇몇 국가의 최고 권력자들이 핵무기 사용과 핵전쟁 운운하는 위협적 언사를 늘어놓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20세기 과학이 낳은 무기이자 두려움을 직시하는 콘텐츠들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영화
2015년 8월, 켈시 줄리아나를 비롯한 11세~22세의 미국 청소년 21명이 미국 연방정부를 고소했다. 기후위기 상황을 알면서도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지원해옴으로써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기후시스템’에 대한 헌법적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였다. 이 소송은 ‘줄리아나 대 미국 사건’으로 불리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기후소송의 교과서로 불리고 있다. 크리스티 쿠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원제 Youth vs Gov, 2020년 작품)는 세계 제1의 탄소 배출 국가인 미국에
부산반핵영화제가 11월 24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올해로 13회를 맞는 이 영화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핵’이라는 맥락 속에서 영화 작품들을 만나는 특별한 행사다. 횟수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시작되었지만, 히로시마 핵폭탄 피폭자 2세로서 원폭 피해자 인권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고(故) 김형률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아 핵무기와 핵발전을 반대하는 반핵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영화제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영화제는 영화를 보고 영화인들을 만나는 행사이지만, 어떤 영화제들은 특정한 사회문화적 의미망을 형성하
핵무기 피해자 2세인 고 김형률 씨를 추모하기 위해 시작된 부산반핵영화제는 후쿠시마 핵사고가 있던 2011년부터 시작했다. 핵발전과 핵무기의 문제를 알리고 반핵과 평화 의제를 대중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개최해온 부산반핵영화제가 올해로 13회째를 맞는다. 올해 부산반핵영화제는 이라는 주제로 10월 27부터 이틀간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센터 측이 돌연 특정 정당이 참여했다는 이유로 장소 대관을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시청자미디어센터는 ‘특정 정당이나 특정 개인의 정치 활동 및 홍보를 목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세계 최초의 핵폭탄 개발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가 화제다. 현대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어느 과학자의 생애와 내면의 갈등을 다룬 영화가 블록버스터로 제작되고 큰 흥행까지 거둔 이유는 아무래도 ‘핵무기’에 있을 것이다. 영화는 블랙홀을 연구하던 천재 물리학자가 인류 최악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자가 된 것이 나치와 파시즘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오펜하이머의 정치적 입장은 1930~40년대 반파시즘 인민전선에 정확히 자리하고 있
2011년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집중적으로 다룬 넷플릭스 제작의 일본 드라마 8부작 가 7월 20일 국내에 공개되었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이 가시화되던 6월에 전 세계적으로 공개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고, 또 한국에서만 공개가 지연되어 모종의 음모론까지 불러일으켰던 터라, 그 내용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던 게 사실이다. HBO 시리즈 이 압도적인 리얼리티로 체르노빌 사고를 재현해서 보여준 바 있기에 에 대한 기대감도 컸을 것이다. 는 사고 당시 도쿄전력 후쿠시마 발전
2011년. 미국의 야생동물 전문 다큐멘터리 감독 존 체스터는 자연주의 요리사인 아내 몰리와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황무지처럼 방치되어 있던 24만 평 규모의 임야와 농지를 갈아엎어 생태적인 농장으로 탈바꿈시키는 엄청난 도전에 나섰다. 그리고 8년에 걸친 고군분투 속에 실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고, 매일같이 카메라에 기록한 그 변화의 일상들은 모이고 모여 영화가 되었다. 2018년도에 완성된 다큐멘터리 영화 이다. 존과 몰리가 처음부터 생태적인 자연순환의 농사를 계획했던 건 아니었다. 안락사의 위기에서 구출해 입양
1910~2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라듐 걸스’ 사건은 방사능에 대한 인간의 무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1898년 마리 퀴리 박사가 발견한 방사성 물질 ‘라듐’은 한때 암 치료제로 각광받았고, ‘만병통치약’으로 잘못 알려져 라듐 스파, 라듐 음료수, 라듐 기침약, 라듐 로션, 라듐 버터, 라듐 우유 같은 것들이 등장하는 등 이상한 신드롬을 일으켰다. 라듐은 특히 스스로 푸른 빛을 내는 성질 때문에 형광 페인트의 원료가 되어 야광 시계를 제조하는 데 사용되었다. 1910년대 중반부터 라듐 시계 제조 기업들이 등장했고 라듐 야
4월은 목련과 벚꽃이 피는 달이지만, 탈핵신문 독자들에게 4월은 체르노빌을 기억하는 달이기도 할 것이다. 1986년 4월 26일에 일어난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사고는 히로시마 핵폭탄 폭발 당시보다 400배나 많은 방사성 물질을 대기 중에 뿜어낸 사상 최악의 핵 참사였다. 사고가 난 뒤 37년이 지난 지금도 체르노빌의 기억은 계속되고 있다. 2015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대표작 『체르노빌의 목소리』와 2019년에 HBO의 드라마 『체르노빌』, 2021년에 개봉한 러시아 영화
올해의 3월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 추진 소식과 함께 찾아왔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쏟아부어 처리함으로써 후쿠시마 핵 참사가 종결되었음을 과시하고 싶겠지만, 어민들과 인근 국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염수를 바다에 쏟아부어 처리하는 행위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 참사의 뒷감당을 못 하고 있음을 드러낼 뿐이고, 지금도 후쿠시마 참사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역설적인 사건이 될 뿐이다. ‘참사는 계속되고 있다’이것은 2011년 3월 이후, 예술가들이 후쿠시마 사고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본질적 문제들을 응시하
2023년 1월 현재. 국회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안 3건이 소관 법안소위원회에서 논의 중이고, 산업통상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부산 고리 핵발전소 내에 고준위핵폐기물 건식 저장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설계 발주를 서두르겠다’는 업무보고를 했다. ‘부산이 핵폐기장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헤드라인이 지역 뉴스에 뜨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겨울은 20년 전의 부안항쟁을 떠오르게 한다. 2003년 7월, 부안군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안군수가 핵폐기장 – 당시 정부가 사용하는 공식 명칭은 ‘원전 수거물 관리센터’였다 – 유치신청서를 정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시작된 부산 반핵영화제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열두번째 행사를 준비한다. 이번 영화제는 부산 참여연대 등이 함께 한 조직위원회가 선정한 다섯 편의 작품을 12월 23일 하루만 상영한다. 올해 눈에 띄는 것은 국내 방송사 제작 다큐멘터리 세 편을 모아서 선보인다는 점이다. 2017년 뉴스타파에서 제작한 , 2022년 포항MBC의 , 그리고 부산MBC의 는 한국의 핵발전 산업과 정치가 갖고 있는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황윤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영화 를 보았다. 는 새만금에 남은 마지막 갯벌인 ‘수라 갯벌’의 아름다움과, 갯벌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보여주는 영화다. 수라 갯벌이 아름다운 것은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붉은 꽃 무더기를 황홀하게 피워올리는 염습지 식물 ‘칠면초’, 모래 속에 굴을 파고 사는 작고 귀여운 흰발농게, 멸종위기종인 토종 금개구리, 예쁜 얼굴을 가진 검은머리갈매기와 부리가 멋진 저어새가 터를 잡고 살아가며,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지구를 가로질러 이동하는
들판의 아이들이 제 땅을 밟고 뛰며헤어진 옛 동무들을 소리쳐 부를 때공장에서 돌아온 나 어린 노동자지친 몸을 내던지듯 어둔 방에 쓰러질 때갯가의 할아버지 물 건너 산천을 보며갈 수 없는 고향 노래 눈물로 부를 때바로 그때, 폭풍과 섬광피어오르는 버섯구름 하늘을 덮을 때- 정태춘 ‘버섯구름의 노래’ (『아! 대한민국』 1988) 핵폭탄 폭발의 순간을 묘사한 ‘버섯구름의 노래’는 아마도 우리나라 대중문화에 핵무기의 이미지가 최초로 등장한 사례일 것이다. 1988년은 히로시마 나가사키 핵폭탄 공격으로부터 43년이 지난 시점이고, 그 현장
2011년 3월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21세기 초에 인류가 겪은 가장 충격적인 재난이다. 전 세계에 탈핵의 바람을 몰고 온 사건이었지만, 일본 정부와 일본인 입장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이고 시련이었을 것이다. 일본 사회에서는 왜 지진과 쓰나미가 핵발전소 수소 폭발과 방사능 대량 유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그 엄청난 재난을 막을 수는 없었던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 성찰이 계속 이어져 왔다. 그것이 일본인들만의 질문일 수는 없다. 전 인류가 제기하고 그 답을 구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영화 와 책 『관저의 1
스리마일(Three Mile Island: TMI) 핵발전소 사고는 체르노빌 사고, 후쿠시마 사고와 더불어 세계 3대 핵발전소 사고로 거론된다. 그리고, 인류가 핵발전을 시작한 이래 핵발전소에서 일어난 최초의 중대 사고이기도 하다. 그런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의 참상을 이야기할 때마다 핵산업계 혹은 원자력계의 이른바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세계 3대 핵발전소 사고 중에서 우리나라 핵발전소와 같은 유형인 가압경수로에서 벌어진 사고는 TMI 사고밖에 없는데, TMI에서는 노심용융(멜트다운) 사고가 일어났지만 방사능 유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원자력 유토피아’- 홍덕화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1950년대 상업용 핵발전이 구체화되면서 핵에너지 이용에 대한 무모하리만치 낙관적인 기대가 확산되었다. 핵 추진 자동차인 포드 뉴클레온(Nucleon)은 ‘원자력 유토피아’에 대한 상상을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일 따름이다. 물론 상상이 곧 현실이 된 것은 아니다. 다만 원자력 유토피아에 대한 기대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기후위기의 대응 수단이자 값싸고 풍부한 에너지원으로서의 핵에너지에 대한 열망은 지금도 곳곳에서 접할 수 있다. 여기서 한
희생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에 핵쓰레기장을 둘 수밖에 없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핵발전소를 지을 때도 묻지 않았던 사람들이 핵쓰레기장을 지으면서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겠다고 합니다. 공동체를 위해서 일방적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조차도 핵쓰레기장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 때문에 고향을 잃은 사람들과 쫓겨난 사람들에 대한 연민조차도 없는 사람들이 대선 후보가 되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전기를 위해 수도권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과 지역의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독재적 발상은 멈추어야 합니다. 글/사진: 장영
2011년에 시작되어 11회째를 맞는 부산반핵영화제가 올해는 ‘기후위기와 핵위기를 넘어’라는 주제로 개최된다.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찬핵진영과 보수정치권, 보수 언론이 핵발전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핵발전은 대안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기후위기로 인해 요구되는 전환을 또 다른 위험과 불평등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번 반핵연화제 제목을 ‘기후위기와 핵위기를 넘어’라고 정했다. 개막작은 조량 감독의 2021년 작 다큐멘터리 로, 12월 18일(토) 오후 3시에 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