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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2호기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탈핵신문
  • 입력 2022.08.11 15:27
  • 수정 2022.11.0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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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신문 창간 10주년 연속기획(2)

 

탈핵신문은 창간 10주년을 맞아 천주교창조보전연대와 탈핵 운동의 현안과 과제를 짚어보는 포럼을 기획했다. 그 두 번째 순서로 8월 4일 대전에 있는 원자력안전연구소 사무실에서 한병섭 소장을 만나서 고리2호기 수명연장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알아보았다.

한병섭 소장은 원자핵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방사성폐기물 및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분야 전문가다.

이날 포럼은 용석록 편집위원장이 진행하고, 강연과 질의응답식으로 진행했으며,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최태량 간사와 탈핵신문 편집위원들이 함께 했다.

본문 시작에 앞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 자주 등장하는 개념 몇 가지를 설명한다. 개념 설명과 본문은 한병섭 소장의 강연 내용과 질의응답에 대한 답변이다.

 

* 방사선환경영향평가: 핵 이용시설의 건설 및 운영으로 발생하는 방사선 또는 방사능이 주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사전에 조사하고 예측·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원자력안전법의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작성고시2016년부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 중대사고를 포함시켰다.

* 설계기준사고: 핵발전소 시설은 사고와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안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 단계부터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사고에 대해서도 사고를 신속히 수습할 수 있도록 구조물과 계통 및 기기를 설계하는데, 이와 같은 설계를 위하여 상정된 일련의 가상 사고를 설계기준사고라고 한다. 처음 핵발전소를 가동하던 시기에는 중대사고를 상정하지 않았었다.

* 중대사고: 설계기준사고를 초과하는 사고로써 심각한 노심 손상을 초래하고 방사성물질이 대량 외부로 유출될 수 있는 사고를 말한다. 설계 당시에 예기치 못했던 대표적인 중대사고는 1979년 미국 스리마일 핵발전소 사고와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있다. 1979년 이후 설계 단계부터 중대사고를 대비한 다각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 확률론적안전성평가: 설계사고와 중대사고를 포함해 가상적인 사고 시나리오를 만들고 분석하는 것으로 1990년대에 도입했으며, 중대사고 해석의 기본이 된다.

* 주기적안전성평가(PSR): 10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핵발전소 안전성 평가를 종합적으로 하는 것으로 설계, 기기검증, 방사선환경영향, 경년열화, 위해도, 안전성 분석과 평가 등 14개 분야를 수행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평가보고서를 제출한다. 노화 평가에 중점을 둔 PSR 결과는 핵발전소 수명연장에도 활용한다. 노화 평가는 이전 10년의 주기적안전성평가와 향후 10년의 관리계획을 평가한다.

 

한병섭 박사가 8월 4일 대전 원자력안전방사능연구소 사무실에서 '고리2호기 수명연장 방사선환경영퍙평가'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 한병섭, 오른쪽: 최태량)
한병섭 박사가 8월 4일 대전 원자력안전방사능연구소 사무실에서 '고리2호기 수명연장 방사선환경영퍙평가'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 한병섭, 오른쪽: 최태량)

 

- 사업자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2호기 주기적안전성평가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수명연장을 해도 되는지 어떻게 판단하나?

핵발전소 수명연장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주기적안전성평가(이하 PSR)와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한다. 그리고 PSR을 확인해야 안전성 등을 판단할 수 있다. PSR 보고서가 수명연장에 필요한 필수요건이기에 사업자는 당연히 이를 주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PSR을 봐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10년 전과 20년 전 등 과거 기록과 자료를 확인하고, 지진과 단층, 수위와 지하수 유동 등이 어떻게 이력관리가 되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PSR이 없던 시기의 자료도 볼 수 있어야 한다. 확인해야 안심할 수 있지 않나. 제대로 노후화에 대한 관리를 해왔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 주기적안전성평가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PSR은 핵발전소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맨 처음 핵발전소를 가동하던 시기에는 설계수명까지만 설비를 쓰려고 했으나, 1990년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설계수명 만료가 다가오니까 좀 더 쓰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10년 전에 미리 연구하고 조사해서 보고서도 만들고 법 체계도 만들고 한다. 미국은 이미 20~30년 전에 준비했다. 미국은 수명연장을 준비하면서 노후화라는 개념을 적용했다. 세계는 새 제품만 썼지 오래된 제품을 써보지 않았다. 핵발전소 노후화 이후를 예상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업자는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대신 계속 운전이라는 말을 쓰는데 단어가 주는 어감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계속 운전은 조금 더 쓴다는 것, 수명연장은 정해진 수명 외에 더 쓰자는 것. 이 수명연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PSR이다. 평소에 PSR 관리를 잘 했으면 되는데, 그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철저하게 실패했다. 월성1호기 보면 1020년 전에도 방사능이 새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수명연장을 했다. 이걸 보면 10년 전에 PSR을 제대로 한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은 것이 확인되는 지점이다. 고리2호기도 PSR을 제대로 했는지 의심스럽다.

 

- 고리2호기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의 구체적인 문제점은?

한국수력원자력이 공개한 <고리2호기 계속운전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초안>6장은 사고로 인한 영향을 기술했다. 여러 유형의 사고에 의한 환경 영향을 분석한 것인데, 기본적으로 설계기준사고를 분석했고, 중대사고는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

평가서는 설계기준 사고의 경우 7개 분야 21가지 사고 유형을 다뤘다. 그러나 중대사고는 고리2호기 중대사고 사고관리계획서를 참조해 7개 사고 유형과 사고 영향을 분석했더라. 그런데 중대사고 분석 내용을 보면 거리에 따른 방사선 영향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마치 중대사고가 설계기준사고보다 영향이 덜한 것처럼 느끼게끔 되어 있다.

한수원의 고리2호기 방사능 방출 시나리오는 많은 것이 누락돼 있다. 사용후핵연료 포화 및 안전 시나리오가 없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반영한 인적 사고 분석과 대비책이 없다. 20019.11 테러,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핵발전소 장악 등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드론, 미사일 등과 같은 인위적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고로 인한 방사선환경영향이나 사고대비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이는 고리2호기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핵발전소에 해당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한수원이 '공학적 판단'을 했다고 기술

"원안위는 심사 지침도 만들지 않았다"

한수원은 중대사고 선량평가 대상 사고는 공학적 판단과 PSA 결과를 통합적으로 고려하였다고 기술했다. ‘공학적 판단이라는 말은 사기 같은 말이다. 과학적 기준 등 세부적인 기술을 해야 맞다. 그리고 한수원이 상정한 사고 유형과 방사선환경영향평가는 심각하게 방사능이 많이 누출되는 사고는 포함되지 않았다.

내가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하기 전에는 미국의 규제지침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 노력도 안 했더라. 그리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중대사고 심사지침을 마련하지 않아서 굉장히 부분이 많다. 정말 심각한 것은 국가(원자력안전위원회)가 중대사고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심사지침을 만들지 않아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중대사고 영향을 너무 허술하게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 끼워 놓았다. 원안위와 한수원 모두 비난받아야 한다. 국가기관과 공기업인데 그 정도 서비스는 국민을 위해 해야 했다.

 

- 중대사고를 제대로 평가했는지가 중요해 보인다

중대사고를 반영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시작은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설계기준사고를 뛰어넘는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1979년도에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심사 지침서’(ESRP)를 만들었고, 1999년도에 중대사고를 추가해 심사 지침서를 개정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규제에 있어 필요한 것은 미국 기준을 가져오면서 불리한 것은 도입하지 않는다.

한국은 미국이 중대사고를 반영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시작한 후에도 2000년부터 2016년 초까지 중대사고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단서조항으로 달았다. 그러다가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가 2012년 헌법소원을 내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16년에 3월에 단서조항 중대사고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을 삭제하였고, 그 이후부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 중대사고를 반영하게 되었다.

그런데 원안위는 고시만 바꾸고 심사지침을 아직도 만들지 않았으니 직무유기이며, 한수원은 미국 기준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심사 지침서’(ESRP)에 따라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하면 되는데도 이를 애써 외면한 것으로 보인다. 수명연장을 할 계획이 없었더라도 해체 안전성 관점에서라도 지침서는 만들었어야 한다.

 

- 미국과 한국은 규제의 차이가 큰가

안전 목표 관련해서 미국핵규제위원회(NRC)1986년도에 핵발전소 사고의 평균 조기사망률을 일반사고의 1000분의 1로 만족시키겠다고 목표를 정량화하였다. 미국도 중대사고를 반영해 환경영향평가를 하면 설계기준사고보다 사망자 수가 당연히 클 것이기에 이를 정량화한 기준을 100% 만족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중대사고를 대비하여 무엇을 보강했다는 등 안전성을 높이는 대안이 기술되어 있다. 한국은 그런 면에서 매우 미흡하다.

 

한병섭 박사는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에 대해 3시간 가량 설명했다.
한병섭 박사는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에 대해 3시간 가량 설명했다.

한수원은 고리2호기 수명연장을 위해 3068억 원을 책정했다고 하는데, 이 가운데 1300억 원은 주민지원금이다. 그러면 1700억 원 남는데 이 가운데 사용후핵연료 조밀랙을 만드는데 예산을 써야 하고, 실질적인 안전설비 보강은 거의 없는 셈이다. 고리1호기는 수명연장 당시 증기발생기를 교체했고, 월성1호기도 설비 교체에 5600억 원을 썼다.

 

- 한수원은 사망자 수 등 영향을 기술하지 않았더라

  자료: 한병섭

사고 유형 중 증기발생기 튜브 파단 사고가 있다. 이는 격납건물을 통해 방사성물질을 가둘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회 사고라는 것인데 방사성물질이 바로 대기로 방출되는 사고다. 내가 이 사고를 가정해 지역주민의 위해도와 조기사망자, 암사망자 등을 시뮬레이션했다. 그것이 표2와 표3의 자료다.

그런데 한수원은 중대사고로 인한 방사선환경영향을 제대로 기술하지 않았다. 한수원이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중대사고 넣은 소형, 중형, 대형 냉각재 상실사고는 방사선이 외부로 누출되는 사고가 아니다. 방사선이 안 나가는 사고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아무리 국내 규제지침이 없더라도 미국 심사지침을 참고하면 되는데, 그에 맞춘 작성을 하지 않았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해본 사람으로서 고리2호기 보고서는 마치 중대사고의 방사선환경영향이 설계기준사고보다 별거 아니네라고 느낄 수준이다. 처음으로 대중을 향해 중대사고를 반영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를 공개하는 것인데, 방사선 피폭량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려면 일반사고 사망률은 이러한데 중대사고는 어떠하다 등을 적어야 한다. 그런데 이걸 누락하면 일반 주민들이 방사선 피폭 영향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겠나.

 

- 바람직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는 주민 사망률 등 나와야 한다. 그런데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의 중대사고 부분은 주민 피폭선량만 나와 있지, 그로 인한 영향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원안위나 한수원은 절대 사람이 안 죽는 것처럼 기술하다가 중대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를 적으려니 부담스러워서 뺐는지도 모르겠다.

바람직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는 안전의 사전관리수단 기능을 부여해야 하며, 명확한 안전 목표, 정확한 평가, 개선안과 대안을 평가해야 한다. 수명연장이 무조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명확한 지침이 있어야 한다. 안전 개선에 대해서 공유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결국 수명연장도 핵발전소 건설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동의와 노력이 따라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핵발전소 내부사건과 외부사건을 모두 대비해야 한다. 외부사건에 테러 등 전쟁도 포함시켜야 한다. 앞으로 규제요건으로 강화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주기적안전성평가(PSR) 보고서는 당연히 공개해야 하며, 수명연장을 하려면 10년의 PSR 보고서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보고서도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경주 월성핵발전소의 경우 규모 5.8 지진 이전의 PSR과 그 이후의 PSR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고서를 공개해야 판단할 수 있다. 고리2호기 역시 지진 영향이 있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분석하고 예측해야 하는데 이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만 봐서는 파악하기 어렵다.

중대사고를 반영한 방사선 영향을 시뮬레이션했더니,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사망률이 15배 이상 높다. 왜냐면, 방사능이 대략 20~30km까지 영향을 많이 주는데, 우리나라는 그 구간에 주민들이 매우 많이 거주하기 때문이다.

용석록·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2년 8월(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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